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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채와 순무 이야기

foryou

2022-02-22 16:35:50, 조회 : 21, 추천 : 5

엇그제 2월4일이 입춘절(立春節) 이었지요

해마다 입춘절이 지나면 남녁으로 부터 봄 소식이 전해오는데

특히 제주도에는 벌써 유채꽃이 피었다고 하네요

제주도 중에서도 성산 일출봉이 있는 곳에 유채꽃이 가장 먼저 핀다고 하지요

그래서 오늘은 유채꽃에 얼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하네요

옛날에 유채(油菜)라는 아가씨가 있었어요

봄바람에 나부끼듯 허리는 개미허리에

얼굴은 미소를 머금은듯 언제나 화사(華奢)했지요

거기다가 이국적인 풍모를 지녀 누구나 탐내는 아가씨 였어요

그런데 이 아가씨가 그 많은 신랑감을 마다하고

시골 촌구석 더벅머리 총각인 순무한테 시집을 갔어요

그런데 이 순무라는 총각은 모든것이 보잘것 없었지만

몸둥이 하나만은 튼실했지요

야채라는 처녀는 순무의 우람한 체격 하나만 보고 시집을 갔는지도 몰라요

예나 지금이나 체격만 실하면 부부지간에도 금슬(琴瑟)이 좋다 하지요

아무튼 시집간지 10달만에 야채 아가씨는 아이를 낳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아이는 엄마 유채를 닮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빠 순무를 닮은것도 아니었어요

어디서 듣도보고 못한 완전 돌연변이가 태어 났는데 흉(兇)한 일이 아닐수 없었지요

그래서 이 아이의 이름을 숭(菘)이라 이름 지었어요

그런데 이 숭이라는 아이가 커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지요

사람들은 숭이 없이는 김장김치를 못 담근다고 난리를 첬지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그 숭이라는 이름을 "배추"라고 부르기 시작 했어요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배추의 아버지는 순무이고 어머니는 야채 이지요

그래서 배추가 꽃을 피우면 유채꽃이 피고

배추밑둥을 먹으면 순무맛이 나는 거지요

유채는 지중해의 동부연안 지금의 터키가 원산지 이며

순무는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가 원산인데

이 유채와 순무를 중국인들이 교잡시켜 배추를 만들었어요

이 배추는 색이 푸르고 희다하여 백숭(白菘) 또는 백채(白菜)라 불렀지요

그런데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는 법인데

특이하게도 이 배추씨를 채취하여 다음해에 심으면

배추가 나지않고 순무가 체격이 실해서 그런지

순무와 비슷한것이 나오니 큰일이 아닐수 없었지요

그래서 배추종자를 중국으로 부터 계속 수입할수밖에 없었어요

"중종실록(中宗實錄)"이나 "선조실록(宣祖實錄)"에 보면

중국과의 교역품에 이 배추종자가 반드시 들어가 있었지요

우리는 육종기술이 없던때라 배추씨를 중국에 의존할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것이 "을사늑약"을 맺은 이듬해인 1906년

우리나라에도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이 생기면서

우수한 품종을 들여와 배추의 육종연구가 시작 되었으나

배추 씨앗을 만들지는 못하였지요

그 대신 일본에서 품질좋은 배추씨앗을 수입할수 있었어요

이때부터 중국에 의존했던 배추종자를 일본에 기대게 되었지요

이때 비로서 지금과 같은 결구배추의 시대가 온 것이지요

김장김치 또한 결구배추 김치로 자리잡게 된 것이구요

그러나 일제감정기가 끝나고 해방이 되자 배추농사에 먹구름이 끼게 되었어요

종자 생산의 연구가 중단되고 일본으로부터의 종자 수입도 막혀 버렸지요

그렇다고 먹던 배추김치를 끊을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다급해진 정부는 1950년에 일본에 있던

세계적인 육종학자인"우장춘 박사"를 암암리에 불러오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우 박사는 아이러니 하게도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했던 우범선의 아들이었어요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은
명성황후가 일본의 낭인(무뢰배)에게 시해된 일(경술국치(庚戌國恥))이었지요
명성황후가 시해되던 날
일본 낭인과 일본공사 미우라에게 길 안내를 한 사람은

다름아닌 우장춘 박사의 친 아버지 우범선 이었어요

그는 당시 별기군 대대장 이었는데
황궁을 지켜야 했던 군인이 오히려 적의 앞잡이 노릇을 했지요
이 일로 보복을 두려워한 그는 일본으로 망명해 일본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어요
그러나 그 아들이 여섯 살 되던 해 조선인 자객 고영근 에게 우범선이 피살 되었지요

어릴 적에 아버지를 잃은 우 박사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일본인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도쿄제국대학 농학실과를 졸업하고 농림성에 취직을 했어요

그 뒤 그는 모교에서 “종(種)의 합성”이라는 논문으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지요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던 이승만 박사는
우범선의 아들이 육종학(종자개발) 전문가 임을 알고 아버지의 죄과를 묻지 않을테니

대신 조국을 위하여 봉사할것을 설득하며 그의 귀국을 적극적으로 추진 했어요

그러자 우 박사는 조국의 부름에 처자까지 버리고 달려 왔지요

우장춘 박사의 노력끝에 1954년 부터 국내에서도 배추종자를 생산할수 있게 되었고

그 기술로 인해 김장김치를 담글수 있게 된 것이지요

허지만 우장춘 박사는 처자를 일본에 두고 홀로 생활할수 밖에 없었어요

당시 반일감정이 심하여 우장춘 박사의 처가 일본인이라

정부가 입국을 허가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우장춘 박사는 결국 가족과 헤어져 연구를 거듭하며 후학을 길러내고

1959년 고국에서 홀로 쓸쓸하게 운명하고 말았지요

그는 채소종자의 육종합성에 성공하고 벼의 수도이기작(水稻二期作)을 연구하여

다수확 품종을 만들기도 했으며 씨없는 수박을 만든 장본인 이지요

그는 연구소에서 늘 고무신 차림이었기에 '고무신 박사'라고 불리기도 하였어요

그는 1959년 조국으로 부터 문화포장을 받았으며

그의 묘소는 경기도 수원 농촌진흥청 내 여기산에 있으며

2003년 4월 21일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지요

결국 우리는 아버지의 죄과를 씻으며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한

우장춘 박사의 희생덕분에 맛있는 결구배추로 김장을 담글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해마다 김장을 담글때면

우장춘 박사의 큰 업적을 기리며 잊지 말아야 하지요

그리고 결구배추란

배추가 자람에 따라 동그랗게 오므라 드는것을 결구(結球)라 하는데

이는 배추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둥글게 속이 드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우리가 김장때 쓰는 통배추를 결구배추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식물의 낱개를 세는 단위인 포기는 통배추에만 쓰이는데

이 통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포기김치가 되지요

이와 달리 얼갈이배추는 한단, 두단의 묶음으로

또 무는 한개 두개를 단위로 표현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끝으로

배추는 중국어로 백숭(白菘) 또는 백채(白菜)라 부르지요

백숭(白菘)은 흰 백자(白)에 배추 숭(菘)자를 쓰는데

여기서 배추라는 이름이 만들어 지기도 하였지만

백채(白菜)를 '백채'라 부르지 않고 '배추'라 부른것은

백(白)의 고대음이 '배'이고 채(菜)의 고대음이 '추'이기 때문에

'배추'라 부르게 되었다 하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일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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