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행복을 나르는 전도사...이경애(개그맨)

foryou04

2004-06-24 16:31:00, 조회 : 1,260, 추천 : 115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행복을 나르는 전도사, 개그맨 이경애

가슴 속에 하나씩 슬픔없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힘들고 먼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아픔도
가끔은 친구가 될 때가 있다. 요즈음 행복 채널의 보조 MC로 나와 활짝 웃는 얼굴로 행복을
얘기하는 사람. 하지만 그녀의 웃음에 왠지 모를 아픔이 묻어 있다.
남편 병상을 지키랴, 늦깍이로 학교에 다니랴 바쁜 이경애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행복이요? 그건 모두 내 마음 속에 있더라구요

"나는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서 인터뷰할 게 없는데요"라며 굳이 거절하는 그녀. 하지만 이경애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기꺼이 그녀가 얼마나 사람 좋고 따뜻한가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요즈음 행복 채널의 보조 MC로 나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이경애.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 털털
한 웃음, 도무지 세상에서 아픔을 겪어 보지 않았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도 깊은 아픔이 자리 잡
고 있었다.
"한참 동안 인터뷰도 안하고 방송도 쉬었지요. 이혼의 아픔에 이어 재혼한 남편마저 간이식 수술
을 받고 누워있는 상태라 병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예요."
개그맨 이경애씨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은지도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가난 때문에 개그맨을 시작했단다. 그저 돈 많이 벌어 부모님께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이 평생의 진로를 결정해 버린 것이다.
개그맨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 그 뒤 '달빛사냥'이란 코미디 프로에선 이봉원과 콤비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4년에는 코미디대상까지 받아 개그맨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
자리까지 오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한바탕 꿈인 듯 하다고…
"이혼도 하고 경험 미숙으로 사업에도 실패했지요. 1년 동안 참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빠가
있는 시골에 내려가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죠. 한 때 영원할 거라 믿었던
인기도, 사랑도, 돈도 모두 순간임을 깨달았죠. 그때 제게 힘을 준 사람은 동료 연예인인 이성미,
박미선, 양희은, 김자옥, 이경실씨 등이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내가 그 어려운 때를 어떻게 보
낼 수 있었을런지…그들에게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불행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행복을 찾기 위해 참 많이도 방황했었죠.
하지만 행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CF로 벌었던 많은 돈도, 사랑도, 팬들도 순식간에
없어지더군요.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어찌 행복한 것이라 하겠습니까?
그 때 깨달았습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아픔만큼 성숙해지고

"현재 행복채널에서 보조 MC로 나와 행복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항상 행복하다
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려고 해요. 그리고 자신의 불행이나 약점을 숨기려고 하지요.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예전의 나를 보는 듯 해서 참 많이 가슴 아파요.
너무나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차라리 아픔을 완전히 오픈해 버렸다는
이경애.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의 남편에게 전 가끔 얘기 합니다."
"나 언제든 내가 떠나고 싶을땐 당신 떠날거야. 당신 그거 알고 있어야 돼…"
그러면 남편은 "그래, 당신 맘 편한대로 해."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결코 그를 떠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의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남은 아름다운 날들을 위해

99년도에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학과에 입학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공부
를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욕심에서 였다.
"내 나이 50살이 되면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다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죠."
아침에 운동하고,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교에 다녀오고 방송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방송하고 나머
지 시간에는 남편의 병상을 지키는 게 일과다.
그리고 현재 이경애씨는 서울 광진구청에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독거노인돌보기, 김장담그기 등의
봉사활동을 1년 정도 해오고 있다.
한 때 끝없을 것 같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본 적이 있는 그녀이기에 누구보다도 고통받는 이
들의 처지를 잘 이해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
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때가 주어 질 때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지요. 그리고 예전에는 저도 부모님, 남편, 주위 사람들
을 만족시키기 위해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며 아끼며 살고 싶습니
다."
스스로를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개그맨 이경애, 하지만 그녀에게는 진한 사람 냄새, 묵
직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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